재봉질 시작
뭔가를 만들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젠장....그냥 사는게 낫지....아구...시간도 넘 많이 들고, 모양도 생각만큼 안 나오넹..."
그런 줄 알아도 뭔가를 만드는 즐거움은 분명 있는 것 같다
다만, 시간 좀 줄었으면...그리고 의도한대로 좀 나와 줬으면....
한국에야 옷수선 하는 곳이 지천에 널려 있고(그것도 밤 늦은 시간까지 영업!!!)
값도 싸지만(바짓단 고치는데 2,000원..우리 동네만 그런가?)
핀란드에서는 세탁소가 그리 많지도 않고, 옷수선만 전문으로 하는 곳은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게다가 값도 눈물 나게 비싸다...서비스업이 아닌가....
전부터 가방도 좀 만들어 보고 싶고, 쿠션도 좀 만들어 보고 싶고
바짓단도 고쳐야겠고(고치지 않고 입을 수 있는 바지가 거의 없다는...호빗족의 슬픔....)
음...재봉틀 하나 사고 싶지만 디게 비싸네....하던 중 99유로 재봉틀 발견!!
이걸 사기 전에 젤 처음 본 것은 AEG의 99유로짜리 재봉틀!
난 사실 재봉틀은 미니 재봉틀 같은 허접한 것만 빼면 전부 적어도 20만원대 후반 이상인 줄 알았다
사실, 좋은 재봉틀은 거의 30가지 스티치 가능 등등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결국 사용하는 것은
직선박기랑 지그재그 박기(오버록 대신)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시누이한테...간단 재봉!)
싸구리 재봉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아 이 정도면 살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
그러나.... AEG 재봉틀이라니...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잖아!!!
게다가 모양이 너무 허접...싸구리 플라스틱 느낌이 너무나 강하게 풍겨 주시고
부속품이나 전구도 너무 허접...사실, 우리 시어머니 재봉틀이 너무 좋은 거라서 너무 비교가 되더라는...
AEG의 99유로 재봉틀을 보고 갈등 시작...그래도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야... 하는 마음으로
동네 재봉틀 가게에 가서, 비슷한 유형의 재봉틀을 확인
Singer 8280이 눈에 쏙...점원이 시험 재봉을 보여주는데, 간단하면서도 내가 할만한 기능은 다 되더라는
게다가 재봉틀을 사면 필요할 때마다 와서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이 눈물이다....159유로....우리 나라에서 같은 모델은 싼 데서는 14만원인 듯...
AEG와 Singer 사이의 갈등 시작....
그러다 Anttila 온라인 샵에서 99유로 Brother 미싱 발견!
오~ 그래도 우리 나라에서는 Brother가 젤로 알아 주잖아...믿을만 할지도....
Anttila에서 실물 확인...무려 149유로...흐뭇....그럼 Singer랑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온라인 주문
핀란드에서는 배달료를 5.9유로나 주는데도 집까지 갖다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체국에서 집까지 낑낑대고 들고 오는데....죽는 줄 알았다구염...ㅠ.ㅠ...
젤 먼저 해 본 것은 바짓단 고치기...아무래도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일 듯....
요건 사실 젤 첨에 한 건 아니다...새로 산 운동복이라 망칠까봐 딴 바지로 일단 시험....
얇고 신축성 없는 합섬 바지라 삐뚤빼뚤 하지만 그런대로.....
어차피 집에서 혼자 입는 건데...하면서 위안....
위의 바지는 엄청난 신축성을 자랑해 주신다....그리하여.....노루발에서 매끄럽게 천이 움직이지 않아
삐뚤빼뚤은 둘째 치고...천이 쭈글쭈글해졌다...이거 입고 헬스클럽 가면 쪽팔릴라나...ㅠ.ㅠ....
사실, 재봉틀이 있다고 해서 바짓단을 고치거나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주는 것은 아니다
바느질 자체는 무척 빨라지지만, 단을 맞추고 시침을 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리더라는 말이다
아...재봉질이 웬 말이냐...옷수선소에 맞기고 시포잉.....
그래도, 재봉틀을 사놓고 안 쓰면 테로가 또 사놓고 안 쓴다고 구박할 것이기 때문에...
Sewing must go on!
테로 배가 나날이 나오는 바람에 못 입게 된 청바지가 한두벌이 아니다
그래서..허리를 접어서 집에서 내가 입는다...ㅋㅋㅋ....
어느 블로그 포스트를 보니 바지 통이랑 허리를 전체적으로 줄이는 방법도 있더라만은....아직은...
그리하여, 남들도 흔히 하는 가방 만들기 프로젝트 시작~~~
남자용 바지다 보니 워낙 크기도 크고, 옛날 스타일이라 통도 넓어서
그걸 넉넉히 사용하니 무쟈게 큰 가방이 되었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그리 멀쩡해 보이지는 않지만...사실 가까이 보면 문제가 더 많다는...
바닥이 사선이다.....더 심난한 것은....이쪽은 뒤가 쳐졌지만, 반대쪽은 뒤가 앞보다 올라갔다....
그래서, 가방 뒤쪽을 보면 사선으로....남들 있는 데서는 절대 뒤쪽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된데는 청바지의 원래 모양을 살리려다 보니 그렇게 된 이유도 있고
시접이 겹치는 부분들에 재봉질을 피하다 보니 직선으로 박을 수 없어서 그렇게 된 이유도....
가방 부분이야 바느질한 것이 드러나지 않지만....가방끈의 바느질은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재봉질에 익숙하지도 않지만, 두껍기로 유명한 청바지천 4~8겹을 한꺼번에 박으려니...
특히나, 이 청바지는 천이 두꺼웠다
시접이 겹치고 겹쳐서 가방의 몸통과 가방끈을 잇는 부분에서는 천이 8겹 정도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거의 노루발을 내리나 안 내리나 다르지 않은 상황...
기쁜 것은 나의 재봉틀로도 일단 이렇게 두꺼운 바느질이 된다는 것...(가방 몸통 부분에서는 시도조차 안 함)
하지만, 기술적으로 움직이지를 못 해서 한번 막히면 실이 마구 엉킨다....ㅠ.ㅠ...
가방이 뒤틀어진 것도 쪽팔린데...이제 가방끈 연결 부분 마저.....
시장 가방으로도 못 들고 다니는 거 아녀??라는 생각이 마구 들기 시작....
궁여지책으로 리본을 만들어서 허리에 둘러 주었지만...그래도 다 가려지지는 않더라는....
게다가 천이 모자라서 가방에 비해 리본이 너무 좁다...OTL....
그래도, 실물은 저거보담 쬐금 낫다고 혼자 위로하고 있음.....
가방끈 연결 부분에 붕실붕실 털 뭉치라도 달아 줄까 어쩔까 아직도 오만 생각중....ㅋㅋㅋ...
청바지로 만들다 보니 앞주머니 뒷주머니 다 붙어 있어서
열쇠랑 핸드폰 등을 넣기 좋을 것 같다...일단 헬스장 갈 때 들고 가양징~~
요건 같은 천으로 만든 컵받침....
천이 하도 두꺼워서 사실 조금만 더 크게 만들었으면 라면냄비 받침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
손바느질은 매우 잘하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제대로 재단을 해도 그걸 그대로 따라 박을 자신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재단도 대강 대강...바느질도 삐뚤빼뚤...게다가 천이 하도 두꺼워서 뒤집기가 제대로 되지를 않더라는...
그리하여....가장자리 두께가 제멋대로다(원근법땜에 그러는 게 절대 아님....)
귀퉁이도 날렵하게 빠지지 않아....끝 부분을 둥글린 거라고 혼자 정당화....ㅋㅋㅋ....
재봉틀이 있으면 재봉 만드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일단은 매우 실망...
일단, 리폼의 경우는 원래 바느질을 뜯어내는데만 해도 시간이 엄청 걸린다
특히나 좋은 옷이라면 바느질이나 마감이 잘 되어 있어서 정말 힘들다...ㅠ.ㅠ....
재단은 또 하나의 어려운 부분이다...저 위의 리본 정말 허접해 보이지만, 저거 만드느라 몇 시간이 걸렸다는..
예전에 난실여사가 바느질은 재단이 절반 이상이라 했는데
정말 그렇다...재단이 제대로 안 되면 바느질도 힘들고 결과물도 예쁘지 않다...
이제까지 옷수선에 들인 돈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장난이 아니라
그분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음...그래도...뭔가 만드는 즐거움은.....:)
